이 번역글은 「두근두근 공부발전소」의 부록에 실린 앨런 케이의 논문입니다. 원문은 http://vpri.org/html/writings.php 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웹에 게재합니다. 「두근두근 공부발전소」는 아베 카즈히로(Kazuhiro ABE)의 “わくわくプログラミング (두근두근 프로그래밍)“의 한국어 번역서입니다. 이 논문의 후일담을 앨런케이가 추가로 집필했습니다. http://vpri.org 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김승범
「두근두근 공부발전소」에 수록된 이 글과 후일담인 ‘다이나북이란 무엇인가?‘는 아래에서 pdf로 받을 수 있습니다. 글봄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공개합니다.
모든 어린이를 위한 개인용 컴퓨터
이 논문은,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케이는 ‘개인용 컴퓨터(PC)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그 이름을 알 지 못해도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것을 창조해 내는 것(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이라는 말은 들어 보지 않았나요.
지금부터 소개하는 소논문 「모든 어린이를 위한 퍼스널 컴퓨터(A Personal Computer for Children of All Ages)」에서 이 말이 등장합니다. 개인용 컴퓨터의 이상적인 형태가 된 ‘다이나북(Dynabook)’도 이 논문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애초에는 상품 이름을 이미지로 하여 Dynabook이라고 표기된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에 요즘의 컴퓨터 세상의 실제를 그렸던 앨런 케이의 상상력을 이 소논문에서 만나 보세요.
이 소논문은 1972년 8월, 미국 보스톤에서 개최된 ‘ACM National Conference’의 사전 배포자료에 수록됐습니다. 이 놀라운 내용을 읽기 전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 다. 당시에는 대형 컴퓨터(메인프레임)의 전성기였으므로 개인이 컴퓨터를 사용한다든지, 특히 소유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썼으므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요즘의 개인용 컴퓨터(PC, 스마트폰, 태블릿)와 다이나북은 차이가 있음을 꼭 생각하기 바랍니다.
앨런 케이는 「다이나북이란 무엇인가 (What is A Dynabook?)」 를 추가로 집필했습니다. 이 글은 「모든 어린이를 위한 개인용 컴퓨터」 집필 당시의 배경이나 사상, 사정 등을 현재의 관점에서 되돌아 본 것입니다. 이러한 소중한 글을 이 책에 수록할 수 있게 된 것은 필자에게 있어서 기대 이상의 기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
이 책의 독자인 ‘모든 어린이’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이 두 편의 소논문을 읽고 PC와 태플릿 등 지금의 컴퓨터 탄생 배경과 그 의의가 무엇인지 잠깐이라도 생각해 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글은 휴대용 정보장치의 출현과 그 기기를 어린이와 어른이 이용하면서 받게 될 영향에 대해 고찰합니다. 마치 공상과학 소설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소형화와 가격 하락 추세를 생각하면, 여기서 논의되는 여러 개념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입니다.
- 앨런 케이 |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센터
- 번역: 김승범 picxenk@gmail.com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세상을 건설해 봐야 한다.”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오랜 시간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전통적인 사회 통념이었습니다. “빈민가가 문제라면 저렴한 비용의 집을 짓자!”, “텔레비전을 살 여유가 없다면 원하는 때에 쉽게 살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만들자. 비록 할부가 끝나기도 전에 고장 날 수는 있겠지만…”, “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 어린이들이 쉽게 시험에 붙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기계를 만들자.”
불행히도, 이러한 해결책의 대부분은 단지 녹슨 철판 위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일 뿐,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게됩니다. 교육의 목표는 존재하는 최종 결과들의 다양한 모델에 따라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회는 더 많은 구성원(문화적 유전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어린이들에게 성공이나 사회 적응, 유명해지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것들에 무관심하기도 합니다. 정작 어린이들의 마음은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어린이들은 단순히 식물의 씨앗을 뿌려 그것이 싹터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교사들은 어떨까요? 그들도 물론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 좋은 모델을 갖고 어린이들의 상황에 맞춰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교사에서부터, 열심히 가르치려는 의욕은 넘치지만 재능이 부족한 교사, 단순히 교육을 일로 바라보는 교사까지 있습니다. 혹은 더 안타까운 것은 대학에서 학점을 따기 쉬워서 교사의 길로 들어온 경우입니다. 그들은 지금에 와서는 자신의 운명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기술자들은 최소한 마지막 부류의, 다시 말하여 아무 목적의식 없이 교사가 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교육 머신’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 머신이 중간 부류의 교사, 즉 ‘의욕이 넘치지만 재능이 부족한 교사’에게 딱 들어 맞는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기술이 첫 번째 부류의 훌륭한 교사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그 필요성과 그렇게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이 짧은 소논문에서는 기술 매체를 통해 향상될 수 있는 학습 과정의 몇 몇 측면에 대해 논의해 보려고합니다. 고찰의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개념은 어린이들에 관한 수많은 이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명사’가 아닌 ‘동사’, 다시 말하여 물건이 아닌 행위자라고 느낍니다. 어린이는 단지 크기만 커진 비둘기나 쥐가 아닙니다. 어린 이들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신을 둘러싼 환경 모델을 찾으려고 합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이론은 생각 A로부터 생각 B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실천적인’ 것이어야 하지, 공식적인 법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사고하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단순히 어린이들의 생각을 우리가 가진 생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어린이들의 사고 방식을 이끌어내어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기술을 책 이상으로 필요한 구성 요소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수동적이지 않고, 어린이들처럼 ‘능동적인 더 나은 책’을 제공할 것입니다. 어쩌면 TV처럼 주의력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힘은 방송국이 아닌 어린이 스스로 제어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피아노와 비슷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물론 피아노도 기술의 산물입니다). 도구이고 장난감이며, 표현할 수 있는 매체(미디어)이기도 하고, 끝없는 즐거움과 기쁨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무지한 사람의 손에 걸리면 지독하게 고생하게 되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이 새로운 매체가 재앙으로부터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종류의 문제를 야기하면서 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입니다. 그러나 책은 수세기에 걸쳐 인류의 지식을 보존하고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 왔으며, 아마도 이 새로운 기술 매체 역시 생각과 창작의 즐거움을 실어 나를 것입니다.
펑~ 아름다운 섬광과 효과음이 나면서 지미(Jimmy)의 우주선이 산산조각 나 버렸습니다. 우주전쟁에서 또 다시 베스(Beth)가 이겼습니다. 아홉 살의 두 어린이가 집 근처 공원의 잔디밭에 누워 있습니다. 두 어린이의 다이나북(DynaBook)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베스의 우주선만이 우주 공간에 늠름하게 떠 있습니다. 이 모습을 각자의 화면에서 보고 있습니다.
“다시 해 볼까?”하고 지미가 말했습니다.
베스는 “싫어, 너무 쉬워.”라고 대답합니다.
“음… 실제 우주라면 너는 태양을 도는 궤도에 있을 거야. 그러면 쉽게 이길 수 없었겠지.”
“정말, 과연 그럴까?” 베스는 흥미롭다는 듯이 다가갔습니다. “그럼 태양은 어떻게 하지?”
“음… 아마도… 만약 우주선이 태양이 없는 곳에 있다면, 아무것도 우주선을 멈추게 하지 못하니까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지. 그럼 추진력 버튼을 누를 때마다 네 프로그램에서 우주선이 향하는 방향 쪽으로 속도가 더해질 거야.”
“그렇구나. 그래서 우주선을 멈추려면 방향을 돌려서 다시 추진력 버튼을 눌러야 해.” 베스가 다이나북에서 버튼을 능숙하게 눌러가면서 우주선을 조종해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태양은 물건들을 끌어 당길 테니까 지금처럼 움직이진 않을 거야.”
“하지만 이걸 봐, 베스.” 지미가 베스의 우주선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추진력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점점 빨라져. 제이콥슨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중력에 의해 바위나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듯이.”
“정말 그러네. 마치 바위에 지구를 향해 발사되는 분사장치가 달려 있는 것 같아. 그럼, 이런 방법으로 우주선에 속도를 가하면 어떨까?”
“뭐, 어떻게 한다고?” 지미는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봐 봐.” 베스의 손가락이 다이나북의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몇 주 전에 자신이 작성해 뒀던 프로그램을 수정하였습니다. 제이콥슨 선생님이 베스와 함께 배우는 학생들에게 ‘우연히’ 『우주전쟁』을 보여준 이후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우주선이 태양을 향해 나아가는 것 처럼 해 놓고 속도를 높여 보자.” 하지만 그렇게 하자마자 지미의 우주선은 태양을 향해 나아가기는커녕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앗, 안돼. 엉뚱한 방향으로 가 버렸어.”
지미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발견했습니다. “우주선이 어디에 있든 태양 쪽으로 속도를 높여야 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런!”
“우리, 제이콥슨 선생님께 가서 한 번 여쭤보자.” 두 어린이는 다이나북을 집어 들고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다른 어린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제이콥슨 선생님께 달려갔습니다.
제이콥슨 선생님은 그들이 달려와서 뭔가를 알고 싶어하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이 반짝였습니다 . 그들은 마치 두 살짜리 아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 제이콥슨 선생님은, 모든 사람이 타고난 권리인 호기심과 창조의 욕망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
제이콥슨 선생님은 베스와 지미가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들이 중요한 개념을 재발견한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만든 우주에 태양 추가는 자신의 힌트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선생님은 이 사실에 크게 놀라고 흥분했지만 애써 감정을 누르며 얘기했습니다.
“그거 대단하구나! 도서관에 너희가 필요로 하는 게 있을거야.”하는 제이콥슨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지미는 자신의 다이나북을 교실의 LIBLINK에 연결하여 옛 사상이나 지식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은 다이나북 화면을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마치 무한한 우주를 끝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으레 있는 일이지만, 이거저거를 보다가 지미는 당초 목적을 잊어먹고 말았습니다. 지미는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나중에 살펴보기 위해 자신의 다이나북에 복사를 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베스가 지미의 옆구리를 찔렀고, 그제서야 지미는 다시 진지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미는 검색에 도움이 되도록 간단한 필터를 설정했습니다.
지미와 베스가 좌표계의 개념을 찾아내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을 무렵, 베스의 아버지는 중요한 업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비즈니스 마스터 파일에서 그날 아침에 다이나북에 요약·저장해 둔 관련 정보를 숙독하다가 중간중간 멈춰서 음성으로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그는 코멘트를 음성으로 남겨 놓는 것이 시대착오적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비서인 존스가 있으므로 기존에 해오던 대로 했습니다. 존스가 그 음성 코멘트를 듣고 타이핑해 놓습니다. 베스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나오기로 약속됐던 음성인식 기능이 자신의 다이나북에 추가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스토리 자동판매 기의 화려한 포스터가 그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여자 주인공이 정말로 ‘매력적’ 인가를 ‘단지 확인하기 위해’ 다이나북으로 그 기계에 접속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정말로 매력적이 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이나북의 복사키를 눌렀습니다. (그의 아내인 앨리스는 이 사실을 절대 모를 것입니다.) 스토리 자동판매기가 스토리를 복사하려면 요금을 지불하라고 하자 그는 화가 났습니다.
그는 택시를 탄 후, 다시 업무 모드로 바꾸어 방문할 업체로부터 받았던 견적을 확인해 봅니다. 다이나북으로 정보를 훑어보면서 그는 문득 이 작업이 5년 전이라면 완료할 수 없을 일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손으로 직접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에도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그 수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생각해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무렵 베스는 만약 태양을 좌표의 영점에 두면 고민하던 문제가쉬워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우주선의 위치에 따라 우주선의 ‘수평 방향’과 ‘수직 방향’의 속도를 조금씩 줄여 보았습니다 .
베스가 친구들과 이전에 만들었던 그림 그리기나 애니메이션은 그 시기 어린이들의 능력 범위에 맞는 상대적 개념들(relative notions)을 사용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이제 베스는 여러 독립된 개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획득한 선형/비선형 운동에 대한 직관적인 감각은, 후일 위대한 과학의 일반화를 이해하기 위한 자산이 됐습니다.
우주선을 완성한 후에 베스는 지미를 찾아 그의 다이나북에 접속해 싫증이 날 때까지 지미를 박살내 주었습니다. 결국 지미는 베스보다 덜 강한 상대를 찾기 위해 떠났고, 베스는 다이나북에 작성해 뒀던 시를 불러와 내용 몇 줄을 수정했습니다.
이제는 지금의 기술이면, 원한다면 언제·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다이나북’을 베스와 그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이나북은 학교의 ‘도서관’이나 기업의 정보시스템과 같은 미래의 ‘지식 공공시설’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이나북이 현재의 종이나 수첩처럼 소유자 스스로와의 내적 대화를 하는 개인 매체로 상당 부분 사용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구는 매체를 다루는 데 도움을 줍니다. 진부한 표현으로 ‘인간은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라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컴퓨터 역시 도구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책은 명확히 도구 이상의 것이며, 인간도 도구를 만드는 동물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 인간은 다양한 우주, 바꿔 말하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발명자입니다. 인간이 대상을 관찰하고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그 순간부터 각각의 새로운 세계는, 상상하는 구조가 깊이 새겨지는 표현의 매체이자 제약이 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도구의 도움으로 이뤄집니다. 컴퓨터는 어떨까요? 컴퓨터는 분명히 도구 이상의 것입니 다. 마샬 맥루한(Marchall McLuhan)의 표현대로, 컴퓨터 콘텐츠의 대부분은 이전 미디어의 내용을 차용한(adopt) 것이고, 컴퓨터 고유의 특성은 이제 겨우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용 컴퓨터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은 개인용 컴퓨터가 임의의 상징적인 개념을 담거나 표현하는 매체이고, 이런 상징적인 개념의 구조를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들이 추가되면서 유용한 도구들의 모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에게 보급되려면 몇몇 측면에서는 책이나 인쇄물보다 월등하게 우수하면서, 그외 측면에서 현저하게 열등한 부분도 없어야 합니다(그러려면 누구나 아는 현재의 상용 디스플레이 장치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개인용’이라는 말은 최종 사용자가 소유하거나(그래서 TV보다 저렴해야 합니다), 휴대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제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 말은 곧 사용자가 개인용 컴퓨터를 다른 물건들과 함께 쉽게 갖고 다닐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숲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요?(1, 7, 8)
다이나북과 교육
“생각하는 것을 배우기 전에, ‘잘’ 생각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최근 인공지능 분야와 일부 교육 분야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어린이들이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모델을 획득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인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도 지적 행동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 분야 를 선도한 뉴웰(Newell), 시몬(Simon), 페퍼트(Papert), 민스키(Minsky), 무어(Moore), 앤더슨(Andersen)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 던, 어린이와 성인이 인류의 지식을 습득하고 다루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별히 흥미로운 부분은 여러 발달 단계에서 어린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연구한 피아제(Piaget), 브루너(Bruner), 헌트(Hunt), 케이건(Kagan)같은 연구자들이 완성한 초기 발달과 모델형성에 대한 이론입니다.
이외에도 밀접하게 관련된 연구로서, 어린이들이 성숙할 때까지 여러 단계에서 정말로 어떤 능력을 소유하게 되는지를 집중 연구한 결과가 있습니다. 이를연구하는 사람 중에 몬테소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2세에서 5세 사이의 어린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학습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 최초의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Note. 무어(O. K. Moore, Omar Khayyam Moore)는 반응을 주고받는 환경을 통해 유아기의 어린이가 읽고, 쓰고, 요약하기를 배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시니치 스즈키(Shinichi Suzuki)는 수천 명의 3세부터 6세까지의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 연주법을 성공적으로 가르쳤습니다. 브루너와 카간은 0세(혹은 0개월)의 아기들조차도 시각적인 구별과 일반화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능력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2)
Note: 사회학의 이론이 어떻게 증명될 것인가는 흥미가 많은 주제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가 있는 반면, 어린이들은 아주 우둔하므로 학습을 위해서는 끊임 없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비관적인 관점에서 수집된) 증거 자료도 마찬가지로 있습니다. 호손(Hawthorn) 효과는 우리가 가능한 한 낙관적이어야 하고, 아이들이 항상 우리를 구원해 줄 것 임을 명확하게 밝혀 주고 있습니다.
무어와 페퍼트의 성과와 사상은 다이나북을 개발하는 데 특별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두 사람은 어린이들이 능동적인 주체이자 창작자이고 탐험가이며,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적인 능력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
무어의 ‘ talking typewriter’1 를 구성하고 있는 몇 개의 원리와 원칙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어린이들이 긴 시간 집중력을 갖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떤사고와 행 동에 대해 계속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활동적인 주체’, ‘심판’, ‘게임 플레이어’와 같은 역할들은 주어지지 않은 채, 어떤 생각에 대해 ‘참을성 있게 듣는 사 람’ 역할만 한다면, 어린이들은 금방 지루해지고 산만해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는 환경은 어린이들에게 분별력, 추상화 능력, 통합화 능력 등을 키우는 데 매우 도움이 됩니다 .
어린이들이 사회적인 혹은 물리적인 측면에서 상처받지 않고, 어떤 것을 하더라도 ‘ 안전하고 비밀스러운’ 환경은 하루 가운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비록 친구들이나 어른 앞에서 가끔 기술과 지식을 테스트 받는 것도 필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생각대로 움직이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시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어가 말한 ‘생산적’인 환경이란 배운 것을 새로운 아이디어의 일부로서(또는 더 많은 학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입니다 . 결국 어린이들의 활동에 대해 즉시 반응하여 어린이들 자신의 모델을 확보하게 하는 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
‘talking typewriter’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장치로서(처음에는 벽 뒤에 숨은 대학원생이 연기했습니다), 어린이들의 능력이나 행동 양식에 대해 많은 아름다운 영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3)
“컴퓨터가 어린이들을 프로그래밍 해야 하는가, 아니면 어린이들이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해야 하는가?” - 페퍼트(Seymour Papert)
자신이 원하는 목적(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을 위해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을 작성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생각하는 법 가르치기’라는 페퍼트의 연구는 AI와 피아제를 철학적 배경으로 두고 있지만, 무어의 정신과 매우 닮았습니다 .
LOGO 언어는 시분할 시스템의 단말을 사용해 텍스트와 그래픽, 음악, 느릿느릿 육중하게 움직이는 기계 거북이를 어린이들이 프로그램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컴퓨터가 사용되는 학습을 보통 ‘컴퓨터 보조 수업(CAI, Computer Aided Instruction)이라고 합니다. 페퍼트의 LOGO는 Instruction(수업)의 ‘I’ 가 아닌 Intuition(직관)이나 Inspiration(영감)의 ‘I’ 를 사용한 CAI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와 관련한 현대의 많은 교육은 쥐와 비둘기를 대상으로 연구 했던 행동심리학자들의 실험에 기반해 프로그램된 학습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페퍼트의 관점은 실제로 어린이들과 접촉해 그들이 어떻게 세계를 파악하는지를 연구한 피아제의 업적으로부터, 그리고 그와 교류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들은 후자에 매우 공감합니다. 어떤 이들은 시험 결과로 나온 정답 수나 연간 통과한 시험 수로 발전을 측정하지만, 우리는 평생 동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그림’ 같은 훌륭한 작품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의 습득을 경시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는 ‘꿈’과 그 꿈을 붓 으로 표현하는 훌륭한 ‘기술’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정신이 손과 일하지 않는 곳에서는 예술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란 자신이 열중하는 스포츠(예를 들어 스키 같은)의 기술을 완벽하게 익히기위해, 자기 스스로 기꺼이 수천 시간이라도 투자한다.’고 페퍼트는 말했습니다. 분명히 말하여, 학교와 학교에서의 공부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할 뿐 아니라, 지적인 기술을 연습하면서 오는 즉각적인 즐거움도 느낄 만한 것도 아닙니다.
듀이(John Dewey), 피아제, 페퍼트처럼 우리도 어린이들이 ‘행동을 통해 학습한다(learning by doing)‘고 믿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행동’과 20세기 성인의 행동 사이의 매우 먼 철학적 거리가 현대 교육의 소외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활쏘기 놀이를 통해 미래의 성인 활동에 참여하는 반면, 미국의 어린이들은 쓸모 없는(간호복을 입고 인형을 보살펴 주는 등) 흉내를 내는 데 집착하고, 성과가 나올 때까지 몇 년 씩 걸리는 활동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수학: ‘곱셈은 너한테 도움이 된단다. 봐라, 책 안의 문제를 풀 수 있잖니’ 혹은 음악: ‘바이올린을 연습해라. 3년 후에는 음악에 관해 가르칠지도 모르겠다’는 등의 말이 그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특정 영역에서 뭔가를 배우게 하고 싶다면, 예술과 기술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된 방식으로 그 어린이들이 실제로 뭔가를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돼야 합니다. 그림 그리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습은 재미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지 못해도 중간 목표로 잡은 완성된 그림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악기 연주와 음악적 사고의 습득은 더욱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건반악기나 오케스트라의 악기는 단지 몇 개월만 연습하면 어린이나 어른 스스로 만족해 하는 수준으로 연주 할 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음악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통찰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수개월이라는 배움의 과정 동안 어린이나 어른이 만족할 만 한 중간 목표를 제공해주지 않거나, 음악이란 대체 무엇인지, 스스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전혀 얻을 수 없습니다. 마치 칠판에 적힌 번호에 따라 색을 칠하는 ‘반복과 실행’과 비슷한 것입니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스스로 번호나 그림의 도구를 선택하는 것조차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계산과 수학공부는 더욱 안 좋은 상황입니다. 곱셈을 사용하여 도대체 어린이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말하면,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일 뿐입니다. 이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은 ‘연습해서 공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도 있다’는 답변입니다(다행히도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들은 모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페퍼트의 컴퓨터로 만든 애니메이션의 크기를 바꾸기 위해 어린이들은 곱셈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들은 ‘곱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곱셈을 사용하여 뭔가를 하는’ 것입니다.
‘발생적 인식론’
피아제의 평생 업적은 그 내용이 심오해서 요약본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미 몇 개의 요약과 비평(예를 들어, Hans G. Furth, Piaget and Knowledge: Theoretical Foundation. New Jersey: Prentice Hall(1969))이 있으므로 , 여기서는 더 엄선된 것만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피아제의 기본 개념은 다음의 두 가지가 컴퓨터 과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매력적입니다.
하나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지식은 일련의 조작모델로서 획득되고, 각각의 모델은 약간 임기응변적으로, 다른 모델과 논리적으로 일관된 모습으로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이것들은 논리적인 공식이나 법칙 등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알고리즘이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리가 사용되는 것은 발달 단계로부터 멀리 있는 뒷부분이며, 그 단계에서도 논리를 뛰어넘는 전략이 계속사용됩니다 .
두 번째 개념은 발달(문화적인 환경으로부터 독립된 것처럼 보입니다)이 일련의 단계에 속해서 계속 전개되는 것입니다. 각 단계는 전 단계를 토대로 하여 구축되지만, 지식이나 일반화, 인과관계 예측 등의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각각의 단계에 도달한 시기는 어린이들마다 편차가 크지만, 각 단계는 그 전 단계에 명확히 의존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언어는 사고의 여왕이 아니라 시녀라는 점입니다. 피아제 등을 따르면 사고는 비언어적이고 상(像, iconic)적이라는 상당한 근거들이 있습니다.
발달 단계
피아제와 브루너 두 사람은 각 발달 단계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브루너가 붙인 이름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우므로 오른쪽 페이지의 표에 두 가지 모두를 실었습니다. (역자: 여기에서는 아래에 붙입니다)
나이 | 피아제 | 브루너 | 성질 |
---|---|---|---|
0~ | 감각 운동기 | 활동적 | 반사반응, 가역성, 차이의 인식, 새로운 것에 흥미, 물건의 지속성 이해 |
1 ~ 5 | 전 조작기 | - | 언어의 시작, 질량과 길이의 보존개념 없음 |
7 ~ 8 | 구체적 조작기 | 영상적 | 질량과 길이의 보존개념 생김, f(x) = y, f’(y) = x, 상호관계 |
11 ~ 12 | 형식적 조작기 | 기호적 | 가설 및 추론 능력 가짐 |
만약 발달 단계별로 의존관계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전 단계의 아이에게 억지로 앞선 단계의 콘텍스트를 주입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아이의 발달에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아이들에게 (‘New Math’ 운동에 의해) 2차원 데카르트 좌표계의 점집합 토폴로지를 가능한 한 이른 단계에서 가르치려 하고 있습니다. 이때 가르치는 지식은, 조작기에 있는 아이들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까지 좌표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피아제의 일련의 실험결과와 모순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아주 정교한 토폴로지, 연결, 관련 영역, 그룹화라는 개념을 이미 몸에 익히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페퍼트와 골드스타인은 이러한 특성을 사용해서 전역 좌표계를 사용하지 않고 기하학과 토폴로지를 가르쳤습니다. 이렇게 해서 보다 만족스러운 학습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만약 ‘서술적(논리적, 통사론적)’ 모델 보다 조작적(의미론적) 모델에 신빙성이 있다는 전제가 세워진다면, 현재 ‘New Math’ 에서 널리 도입되고 있는 통사론적인 개념과 크게 충돌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연수에서 아래와 같은 표현은 모두 8을 표현하는 숫자적 표현입니다.
3 + 5
4 + 4
16 - 8
4 * 2
8
이 개념은 오해를 불러올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틀렸습니다(‘8/3’이 어떤 수를 나타내는 숫자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나요?).
민스키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New Math의 문제점은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항상 각각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
어린이들 사고의 기초와 형식화에 대해 피아제 등이 한 연구는 ‘컴퓨터는 아이들이 인식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상당히 이상적인 미디어’라는 설 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만약 ‘조작 모델’이 알고리즘, 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도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알고리즘은 그 자체로 비형식적이며, 반드시 논리적인 일 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프로그램의 디버깅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것입니다). 이것은 (‘진실’을 엄밀히 표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구조에 쉽게 흥미를 느끼는 어린이들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적합한 논리입니다. 다른 한편, 컴퓨터는 ‘사고’ 에 관한 스킬(전략과 전술, 계획, 인과관계, 디버그와 개선 등) 형성을 도와줍니다. 즐거움이 가득한 환경이라면 어린이들이 이러한 스킬을 익히는 기회를 얻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
The DynaBook
“나는 증기의 힘으로 계산이 되길 신에게 기도합니다!” - 찰스 베비지(Charles Babbage, 19세) 1803년 무렵
“자카드 방직기가 실크로 패턴 직물을 짜듯이 분석 엔진은 대수 패턴을 짠다.” - 러브레이스 백작 부인 어거스타 에이다(Augusta Ada King, Countess of Lovelace)
지금 우리가 다이나북이 필요한 이유 몇 가지를 설명했습니다. 현재 발명된 기술을 사용하여 수백만 명의 잠재적인 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는(혹은 대여도 가능) 가격대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질까요? 이 장치의 현실적인 측면(크기, 비용, 성능 등)에 관한 여러 가지 검토사항은 이 글 앞 부분에서 지적했던 철학적인 측면의 검토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부터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관련된 트레이드오프에 대해 논의하고, 다이나북의 목표 가격인 500달러가 비현실적이지 않음을 독자들과 공감하기 위해 노력 할 것입니다. 현재의 부품 가격 하락 추세와 각 부품의 크기는 우리의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500달러를 다 안 내고 구입할 수 있는 컬러 TV와 비슷한 점도 개념에 둘 필요가 있겠죠. 그렇다면 다이나북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크기는 공책보다 크지 않아야 합니다. 무게는 4파운드(약 1.8kg)보다 가볍고, 화면은 책과 같은 콘트라스트에서 적어도 인쇄 품질의 글자 4000자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볼만한화질의 동영상도 재생할수 있고, 최소한 100만 글자(약 500페이지에 해당), 오디오(음성, 음악) 파일로 따지면, 수시간 분량에 해당하는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탑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액티브한 인터페이스는 디바이스 소유자가 사용하는 언어에 구애 받지 않는 언어학적 콘셉트를 갖게 될 것입니다. 다이나북을 가진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텍스트와 프로그램을 편집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다이나북을 업무에 필요한 터미널(혹은 학교에서 도서관 연결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요약 정보를 찾고, 필요할 때면 신속하게 저장 장치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접속 케이블은 정보 전송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디바이스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는 300Kbps의 대역폭 혹은 500페이지의 책을 30초만에 저 장 장치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도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책’은 사거나 빌리는 대신, (백과사전에서 최근에 발간된 <고집스런 여인의 모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책을 화면에) ‘곧바로 실재화’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볼 수 있지만, 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파일을 열 수 없는 자동판매기를 상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복사와 저장이 쉽고, 자신을 위해 정보를 소지하는 기능은 복사기의 출현이 출판산업을 활성화시켰던 것처럼(출판업계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을 축소시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카세트 테이프가 LP 음반 산업에 타격을 주지 않고, 개인이 음악을 소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적판 재배포에 흥미를 갖지 않으며, 자신이 가진 것을 자유롭게 재생하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는’ 장치와 ARPA 네트워크나 양방향 케이블 TV에 의한 광대역 정보 인프라는 전 세계 도서관이나 학교(가게나 광고 게시판은 말할 것도 없고)를 가정으로 끌어올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이 장치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작성할 프로그램은 어쩌면 광고를 제거하는 필터일지도 모릅니다!
입력은 키보드(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키보드 사용법을 알고 있습니다)에서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래 전부터 습관화해 왔던 ‘말로 입력해서 비서에게 필기하도록 하는 방법’과 비슷하게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음성을 그대로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디바이스의 파일 시스템은 오디오 파일도 저장할 수 있지만, 편집하려면 먼저 글자로 바꿔 입력 해야 할 것입니다.
‘상호작용하는 그래픽’은 용량 관계상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스케치 형태로 저장하거나 팩스 문서로 보관하고 편집할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플라즈마 패널 등의 평면 디스플레이 장치나 외부 CRT와 접속은 그 크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전력 소비 문제 때문에 플라즈마 패널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이 장치는 켜는 데 5 암페어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외부 CRT는 ‘어디에나 휴대할 수 있는’이라는 조건에 어긋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우리들은 화면을 켤 때만 전력을 소비하고 그 외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 자연광 아래서 화면을 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PTLC(Phase Transition Liquid Crystal, 16)는 X-Y 좌표에 나란히 배치한 것을 저전력 상태에서는 투명, 혹은 불투명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디스플레이 장치는 매우 낮은 전력으로 화면을 그대로 켜 놓을 수 있습니다. 전극의 폭은 1밀리 정도, 512×512 화소를 변경하는 데는 0.5와트 이하로도 충분합니다(주: 512x512 화면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화면을) 보는 거리에서 책과 같은 품질의 글자를 보여주려면, 우리가 연구실에서 최근 개발한 문자 생성기술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15). 우리는 종이에 인쇄된 수준의 CRT 디스플레이를 가진 내장 터미널을 개발하기 위해 ‘설치 가능한’ 문자생성 소프트웨어를 테스트용으로 개발했습니다. ASCII 형식의 텍스트를 실시간 변환하려면 32×32비트 매트릭스에서 표현할 수 있는 128 문자의 폰트를 고속 바이폴라 메모리에 동적으로 로드해야 합니다. 글꼴의 크기, 굵기, 밑줄 등의 오버레이 문자 기능도 제공합니다. 여기에다 나타나는 이미지는 수정 없이 해상도 875 스캔 라인으로 실감나게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좌) Fig. 1.** “Bodoni-Like” Font** (19), (우) Fig. 2. **“Times Roman-Like” Font **(19)
(좌) Fig. 3. “Lydian Curisve-Like” Font (19), (우) Fig. 4. Spurious Algol in “Times Roman-Like” Font
최초의 흥미로운 발견은, 디스플레이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멋지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즉, 양자화 레벨 수준으로 추측했던 것과 달리 문자들이 예쁘게 보였습니다. 다만, 크게 확대하면 깨져 보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직감적으로는 시신경의 노이즈 필터 기능 덕분이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시신경에서 0.02 도의 폭마다 신호의 평균을 갖고 세세하게 (계단처럼 나타나는) 모서리를 흐리게 처리한 후, 더 넓은 범위로 나눠서 이미지를 조정해 명료한 외형으로 바꾸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 필터 효과로 계단현상을 제거하는 동시에 작은 크기의 글자를 정의하는 매트릭스가 예쁘게 보입니다. 이것은 또한 22 인치3 시야 거리에서 볼 때도 875개의 주사선을 가진 TV가 525라인의 TV보다도 주관적으로는 2배 이상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525 라인에서는 주사선과 그 틈새의 높이가 1/50인치4 이상으로 커집니다 .
정의된 매트릭스가 제한돼 작은 글자를 나타내기 어렵지만, 그래도 예상 했던 것보다는 선명하게 보입니다. 멋지게 화면에 나타나도록 하기 위한 두번째의 비결은 문자의 종횡비율을 변경(종:횡=2:1, 결국 45도의 각도를 60도로 합니다)하고, 아주 작은 문자에 대해서 두께를 굵게 하는 효과를 갖도록 하기 위해 여러 폭의 스트로크를 사용하는 것 입니다(눈의 필터를 속여서 글자 굵기 효과가 노이즈로 제거되지 않고 강조됩니다).
디스플레이 표면은 아마도 최소한 1인치5당 80~100라인의 주사선 밀도를 가진 액정이고, 종횡비는 세로 1픽셀에 대해 가로 약 2픽셀, 전체 픽셀수는 1024x1024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키보드
키보드는 물론 될 수 있는 한 얇게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부품을 감압식으로 배열하고, 키를 누르면 스피커 에서 터치음이 나오게 할 수 도있습니다. 이러한 키보드는 수년 전부터 실용화됐습니다. 부품이 없는 키보드에 익숙하다면, 이 키보드 자체를 없앨 수도 있습니다.
노트북의 전면을 디스플레이 패널이 덮고 있다고 가정해 보면, 이용자가 키보드 입력이 필요할 때 디스플레이의 원하는 위치에 키보드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패널의 4각 귀퉁이에 장착된 4개의 감압 게이지가 터치된 장소의 위치를 3/16인치6 이내로 보여줍니다. 터치 방식으로 제대로 타이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패널의 아래쪽에 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입력중인 문자를 키에 보여주거나 특수문자가 창으로7 나타나게 하고 한 번의 터치로 사용자 ID 입력도 가능해 집니다 .
파일 저장장치
현재 쓰기 가능한 파일 저장장치에 대한 적당한(하지만 중요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유일한 기술은 카세트 테이프나 플로피 디스크와 같은 플라스틱 위의 마그네틱 산화물입니다. 최근까지 테이프를 취급하기 위해서는 핀치롤러나 캡스탠(capstan), 솔리노이드(solenoid) 모터 같은 부품들을 조합해야 합니다. 테이프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과 구동의 차별화 문제는 많은 회사가 해결해 왔습니다 . 미국 3M이 카세트 테이프에서 실현한 최고의 멋진 해결 방법은 ‘마법의’ 드라이브 헤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헤드는 테이프를 감는 릴 외부에 접촉하여 읽기, 쓰기, 검색, 되감기 등을 하나의 모터만으로 합니다. 1600dpi의 비트 밀도를 가진 4트랙 테이프라면, 1인치당 6400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검색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8메가비트 용량을 확보 하려면 1250인치(또는 105피트)8 길이의 테이프를 가진 카세트가 필요합니다. 물론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여유 공간까지 포함하면 예상되는 카세트는 50% 정도 더 길어야 하고, 결국 약 150피트 길이를 가진 테이프가 될 것입니다.
파일 디렉터리는 (LINC가 그랬듯이) 테이프의 중앙에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파일 디렉터리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평균 시간을 테이프 전체를 되감는 시간의 1/4로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임의의 파일에 도달하는 평균 거리도 정확하게 테이프 길이의 1/4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랜덤 액세스에 필요한 평균 시간은 테이프 전체를 되감는 시간의 1/2이 됩니다. 검색 스피드는 전적으로 배터리 소모율과 모터의 성능에 좌우됩니다. 3M의 카세트 테이프라면 1초당 180인치의 간격으로 위치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결국 100피트 테이프라 면, 약 7초만에 되감을 수 있고, 파일의 평균 대기시간은 약 4초가 됩니다. 이것은 매우 뛰어난 성능이지만, 이 속도에서는 배터리를 구동하는 데에 많은 전력 소모가 따릅니다. 배터리 구동 시 검색에 필요한 현실적인 속도는 1초당 60인치로, 이때 파일 액세스 대기시간은 약 10초가 됩니다.
플로피 디스크는 2개의 모터(1개는 헤드 위치를 결정하는 스테핑모터(stepping motor)에 사용됨)가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연속해서 동작합니다. 연속 동작은 배터리 구동 시에는 수행되지 않으므로 장치 자체는 동작하거나 멈추거나 해야 합니다. 플로피 디스크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트랙을 스와핑 함으로써 파일 액세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스와핑 기록장치의 개념이나 유용성에 관해서는 뒤에서 논의합니다).
프로세서와 기억장치
이 두 카테고리는 우리들이 꿈꾸어 왔던 컴퓨터에서 각각 가장 비싼 요소들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취급하는 이유는 프로세서가 주기억 용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오늘날의 기술로 성능 확보와 패키징화 요구조건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음을 보여 주려고합니다(물론 넓은 관점에서 볼 때 포기해야 할 것도 있겠지만). HP-35 포켓 전자 계산기에 사용되는 정도의 저렴한 가격대의 LSI 컴포넌트가 우리들이 꿈꾸는 제품의 유력한 구세주입니다. HP-35는 5 개의 LSI 칩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칩당 성능은 평균적으로 6000개의 트랜지스터에 해당하며, 합계 3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은 더 높은 밀도의 칩도 실현돼 있을 것입니다. 패키징한 LSI 칩의 가격은 최근 2년 동안에 12달러에 가까워졌지만, 5달러까지 급락할 수도 있습니다 .
이제 전체 CPU 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1칩화보다도 프로세서가 가져야 할 특성을 결정하는 것이 과제가 됐습니다. LSI의 랜덤 액세스 메모리는 일반적으로 1024 × 1 비트 칩(700ns 사이클 타임)을 비트당 1센트로 패키징한 것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4096×1비트 칩도 발표되었고, 비트당 0.35 센트로 패키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8K×16비트의 메모리라면, 약 460 달러의 비용이 듭니다(아직도 높은 가격이지만, 한번 용기를 갖고 시도해 볼 만한 가격대입니다).
전기 면도기, 녹음기, 전동 칫솔, TV 등이 출현하면서 배터리 기술에서도 최근 상당한 발전이 있었습니다. 미래에는 고성능 배터리가 나올 것으 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다이나북에 필요한 IC칩 수는 약 2개인데, 전자부품은 잘 패키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프로세서는 1개 또는 많아야 2개의 LSI 칩으로 구현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부품은 이미 100달러 이하 이고, 앞으로 1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형적인 LSI는 수천 개의 트랜지스터에 해당하고, 프로그램 카운터나 수식 연산, 명령 복귀 스택 등의 레지스터 기능을 장착하고있습니다. 또한 예측 연산 유닛도 포함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칩 가운데 하나를 프로세서로 사용한(메모리, 키보드, 디스플레이, 두 개의 카세트로 장착된) 독립형 ‘스마트 단말기’(Datapoint 2200)가 6000달러 정도에 출시됐습니다.
다이나북은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단순한 단말기 이상의 기능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프로세서와 메모리 주변을 정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다음과 같이 하여 고가의 핵심부품인 RAM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입니다.
- 비트당 명령어 밀도를 최대화 하기 위해 연산자를 효과적으로 코딩
- 기본적인 논리 데이터 요소9(순서 집합)에 필요한 메모리 공간을 최소화하는 코딩
- 모든 메모리 공간을 사용자가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 루틴도 RAM에서 배제(인터프리터 포함)
- 가상 어드레스 공간의 파일 디바이스에 대한 매핑. 이렇게 해서 RAM은 가장 최근에 사용된(most recently used) 메모리 조각 캐시로서 역할을 합니다(테이프 장치에서는 이것이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면 LINC의 문헌(17, 18)을 읽어 보기 바랍니다. 거기에 비슷한 구조가 수천 명의 사용자에게 수년에 걸쳐서 사용돼 왔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 상주하는 ‘시스템’ 자체의 필요성 배제 . 상주 시스템은 파일과 사용자 변수의 개념을 융합하거나 사용자가 인터프리터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것, 다중 제어 경로 이밸류에이터(multiple control path evaluator) 등에 이용됩니다. 이 기능들은 모두 시스템 내부에서 다뤄져야 합니다(7, 8).
“중세 사람들의 사고에는 한계가 없었지만, 언어에는 한계가 있었다.” - 윌리엄스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쓰면 잠재적으로 어느 사용자라도 자신의 장치에서 자기 자신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부여해주는 특징을 가진, 단지 하나의 언어라는 것은 명확하게도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확장 가능한 언어’도 안됩니다. 이들 두 가지의 매력적인 함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남은 것은 사용자에게 아주 단순한(진정한 프로그래밍의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언어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컴퓨터의 어떤 부분이 다른 메시지 시스템을 뛰어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 특징으로는 메시지를 무기한으로 늦출 수 있다는 것(저장, 메모리)이나 메시지를 다른 메시지로 변환하는 것(프로세싱), 변환한 자신을 메시지로 표현할 수 있 다는 것(프로시저)이 있습니다.
이런 언어의 활용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 활동으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객체(object)나 클래스(메모리 연합)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장할 때의 이름으로 오브젝트나 클래스를 호출하는 것입니다. 프로세스는 이들을 실행하고, 처리해야 할 이름이 없을 때는 중지됩니다. 이렇게 언어를 해석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두 개의 처리(이름 붙이기와 호출하기)로서 표현될 수 있는 것이지만, 원하는 것을 곧바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좀 멀리 돌아가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몇 개의 이름은(이론적으로 보면 몇 단계로 호출을 나눌 필요가 있지만) 미리 의미를 갖게 해서 곧 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원칙이 다이나북을 조작하기 위한 언어의 디자인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 어떤 오브젝트인지, 그것들이 어떻게 참조되는지, 다른 오브젝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통일적인 개념이 필요합니다.
- 만약 각각의 오프젝트가 자신만의 제어 경로를 갖고 있다면, 여러 오브젝트가 활성화되었을 때 여러 경 로가 조직화되고 제어되는 간결한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 오브젝트에 메시지가 전달되면, 결과를 반환하는 간단한 규칙으로 제어 경로가 실행되어야 합니다.
- 시스템 내 모든 오브젝트는 다른 오브젝트를 사용해 재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함수와 테이블(혹은 프로세스와 메모리) 사이의 이중성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영어에서 명사는 ‘대상(오브젝트, object)’을 나타내고, 동사는 ‘행위자(actyor)‘나 ‘화자(relator)’를 나타냅니다. 이는 뉴턴적 인식론(Newtonian epistemology)입니다. 현대 물리학이나 철학에서는 ‘대상’과 ‘행위자’ 둘 모두를 단지 과정(progress)이라는 개념의 다른 측면으로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프로세스는 상태(이 프로세스에서만 참조할 수 있는 속성)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경과(다른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으로 정의된다)함에 따라 변합니다. ‘데이터’는 느리게 변하는 프로세스이고, ‘함수’는 더 빠르게 변하는 프로세스입니다. 각각의 프로세스는 하나의 완전한 ‘마이크로’ 컴퓨터로서 논리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입력(input)을 취하고, 출력(output)을 반환하며, 파일을 시스템 상의 메모리로서 활용하고, 연산 수행이나 중지(인터럽트) 등의 작업이 가능한 것입니다. ‘컴퓨터’는 다른 모든 컴퓨터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므로, 언어에서 프로세스라는 개념을 갖는 배열, 레코드, 재귀 처리 등과 같은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언제든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하드웨어로 직접 실행하는 기술은 많이 알려졌고, 이 기술을 하나의 칩 프로세서 안에 넣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7)
다중 제어 경로의 개념은 ‘파일’, ‘운영체제’, ‘모니터’ 라는 분리된 개념을, 사용자도 프로세스의 하나(따라서 변수나 연관되어 구성된 상태(state)를 갖는 등)라는 단일한 생각으로 대체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사용자가 기계를 떠나면, 사용자의 프로세스는 다음에 다이나북으로 돌아올 때 까지 비활성화됩니다. (이제 활성화된) 사용자 상태는 그 사용자가 떠나 있는 동안에는 ‘파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입력·실행(JOSS나 LISP 등의 다이렉트 모드)함으로써 여러 가지 프로그램 평가의 제어도 추가적인 장치 없이 완료됩니다. 여러 개의 제어 경로가 동작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프로세스가 다양한 단계의 계산과 디버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1,8,9, 10,11,12,13,14)
크기와 비용
과거의 경험에서 보면, 지금까지 소개한 형태의 시험판 제품을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로서는 8000비트 규모의 제어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현재 상태에서 이 메모리는 한 개의 ROM LSI 칩과 또 한 개의 프로세서로 가능해집니다. 현재의 최첨단 기술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아도 이 두 가지를 한 패키지로 통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LSI 패키지의 가격은 개당 12~14달러에 근접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격은(생산 수단이 합리적이라고 한다면) 만들려는 제품의 복잡성에 크게 좌우되지는 않습니다.
데이터와 코드의 지능적인 인코딩을 통해 BBN-LISP 등 유사한 언어로 동일한 구조를 저장하기 위해 필요한 메모리와 비교했을 때보다 필요량을 1/3 이하로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것은 다이나북에서는 RAM의 8KB 16비트 워드가 PDP-10의 BBN-LISP 상에서는 12K 26비트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다이나북 컴퓨터는 단일 경로 기계로서 다음과 같은 부품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
필요 개수 | 부품 종류 |
---|---|
1 | 프로세서 칩 |
16 | (8K*1) RAM 메모리 칩 |
4 | IO 컨트롤러 (이것도 프로세서 칩임) |
21 | 칩 단게는 개당 14달러, 합계는 294달러의 전자부품 |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와 몇몇 애매한 말 때문에 위 가격은 신뢰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하지만 일부 용감한 독자들은 이 가격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닌, 오히려 터무니없이 높게 잡혔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결론
여기까지 읽은 독자의 대부분은 앞 부분에 표시된 내용은 결국 공론과 환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또는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은 알고리즘의 개념을 가르치는 것, 간단한 편집 기능 등을 갖추는 것(그리고 누구라도 소유할 수 있어서 어디든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모든 사람의 환경)에 대한 교육적인 장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패키지나 전력, 무게 등에 관한 조건을 검토해 본 결과는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현 시점에서의 최신 기술을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소프트웨어 지식, 언어설계 철학,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아이디어는 등장 후 지금까지 5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3가지 핵심 영역인 저전력 평 면 디스플레이(현 시점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독립형 8K 머신의 성능(아직 시뮬레이션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가격에 대해 서는 그저 추측해보는 것에 그치고 있습니다 .
다이나북을 500달러(현재의 미니컴퓨터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싸고, 현재의 TV와 비교해서는 터무니없이 비싼)에 파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대부분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다이나북을 한 대씩 갖는 데 소요되는 돈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교육을 위해 아이들 한 명당 지출되는 1년 평균 총 액은 불과 850달러입니다. 매우 고품 질의 문자 생성을 위해 학생들은 연간 90~95 달러를 교과서를 구매하는 데 지불합니다. 만약 다이나북이 제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최소 40개월)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약 300달러는 확보됩니다. 더불어 루스리프 방식10의 공책처럼 다이나북 장치만 무료로 배포한 후 거기서 활용할 콘텐트(카세트나 파일 등)를 별도로 판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TV나 음악을 패키지로 공급하는 현재의 판매 방식과 비슷합니다.
어느 누구도 자원을 공유하여 삶이 더 윤택해질 수 있다는 의견에 토를 달지는 않을 것입니다. 책에 비유 해 보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은 매우 유용한 곳이지만, 사람들은 도서관에 가기 위해 따로 일정을 잡길 원하거나 온종일 그곳에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래리 로버츠(Larry Roberts)(21)가 제안했던 전파를 이용하는 무선 단말기를 사용하면 어떨까요? 예, 그래픽 애니메이션이나 광대역 출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충분히 말한 거 같습니다.
이제 직접 행동으로 옮겨 봅시다!
감사의 말
이 ‘한숨만 나오는’부족한 논문 정리를 도와준 대니 밥로우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록스가 이 테마를 고 찰할 수 있도록 멋진 장소를 제공해 준 데에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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